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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약재 감별과 응용'이라는 주제로 모 카페에 연재를 하고 있소만, 어느 정도 텀을 두고 약간 고쳐서 본 블로그에도 이렇게 올리고자 하오.


이 시리즈는 임상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소.


임상가들에게 강의할 때면, 약재는 전부 규격품으로 제약회사에서 나오는데 왜 임상가들이 직접 감별까지 해야 하느냐 하는 말씀이 많았소만, '법적인 정품'과 임상적·학술적 정품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고, 규격품이라도 현재 유통상 문제 있는 것(오용품 혼입품 유사품 저질품 위품)이 꽤나 많기 때문에, 임상가가 약재를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오.


오늘은 먼저, 강활이오.

국내에서만도 연간 3백톤 가까이 생산되고 사용량도 많은 약재이지만,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약재이기도 하오.


우리나라 약전에서는 강활의 기원을 "강활(Ostericum koreanum (Maxim.) Kitag.)의 뿌리 또는 중국강활(中國羌活. Notopterygium incisum K.C.Ting ex H.T.Chang) 또는 관엽강활(寬葉羌活. Notopterygium forbesii H.Boissieu)의 뿌리줄기 및 뿌리"로 규정하고 있소.

Ostericum koreanum의 식물명이 '강활(=강호리)'이라서 혼동을 주므로, 여기서는 이것을 '한국강활'로 지칭하겠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강활, 중국강활, 관엽강활 등 3가지를 모두 정품으로 인정하고 있소만, 중국 일본 대만 홍콩에서는 중국강활과 관엽강활 2가지만 정품으로 인정하고 있소.

실제 중국 의서에서 말하는 강활은 중국강활(+관엽강활)이 맞고, 한국강활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 '대용품'이라고 할 수 있소.

중국강활은 주로 해발 2~3천미터의 고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하므로, 한국강활을 강활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오.


그런데 한국강활은 전통적인 강활로서의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소.

먼저 한국강활의 정체가 무엇이냐가 문제인데, 아직까지도 한국강활의 학명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오.

1. 약전에는 Ostericum koreanum (Maxim.) Kitag.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한국강활이 아니라 '신감채'라는 식물의 학명이오(그것도 정명도 아닌 이명).

2. 한국강활의 올바른 학명은 Ostericum praeteritum Kitag.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도 현재 농가에서 강활로 재배하고 있는 식물과는 다르다고 하오.

3. 몇몇 식물학자들은 국내재배중인 한국강활이 사실 '왜천궁'(Angelica genuflexa Nutt. ex Torr. & A.Gray)이라는 식물이라고 보고한 바 있소.

4. 그런데 최근에는 재배품 한국강활은 신감채도 아니요 왜천궁도 아닌, 기존에 보고된 적이 없는 식물 Angelica reflexa B.Y.Lee이라는 논문도 발표되었소.

5. 한국강활에는 북강활, 남강활이 있는데, 북강활은 종근(노두)으로 번식하고 남강활은 종자로 번식하는 것이오. 성분함량이나 약재형태에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나, 식물학적으로는 동일한 식물로 보고 있소.


이와 같이 한국강활은 무려 4가지 학명 중 어느 것인지 정설이 없는 형편이오.

어쨌든 최근의 연구에 따르자면, 한국강활은 최소한 묏미나리속(Ostericum)이 아닌 당귀속(Angelica)에 속하는 식물임은 분명해 보이오. 물론 묏미나리속이건 당귀속이건간에 정품 강활인 중국강활속(Notopterygium)과는 거리가 있소.


실험적으로는 중국강활에는 뚜렷한 진통 작용이 있지만 한국강활에서는 별로 나타나지 않으며, 따라서 풍한두통·골절통에 쓰는 구미강활탕에 중국강활 대신 한국강활이 들어갈 경우 기대하는 약효가 잘 나오지 않소. 반면에 중국강활을 제대로 썼다면 진통 작용이 충분히 나타날 것이오.


설명이 길었지만, 결론은 한국강활은 의서에 나오는 '강활'이 아니므로 강활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이오('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정품이지만).

강활이 들어가야 하는 처방에는 가급적 중국강활을 쓰시기를 권하오.


다만, 중국강활의 가격이 한국강활에 비해 2배 정도 비싼데, 중국강활은 약성이 강해서 투여 용량을 줄이는 것이 좋소. 2배 비싸기는 하지만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서 쓰면 가격 차이는 없어지는 셈이오.


그렇다면 한국강활은 무슨 용도로 써야 하느냐 하면, 처방이 중국쪽 의서에 실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경험방이라면(사상 처방 등), 거기 나온 강활은 한국강활을 쓰는 것이 맞다고 보오.


한국강활(북강활, 남강활)과 중국강활의 차이는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소.

중국강활은 단면이 짙은 적갈색으로 아주 특이하고, 북강활은 남강활에 비해 잔뿌리가 적고 붉은 무늬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오.

(더 자세한 것은 2012.11.19.자 한의신문을 참고하면 좋겠소. 바로 링크가 되면 좋을텐데 최근 한의신문 웹사이트 개편으로 인해 해당 기사를 찾기가 어렵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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