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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뭐라

의료봉사의 단상

2008. 6. 1, 광화문. 예기치 않게 소햏이 찍혔소. (촬영자 알 수 없음.)


중립의 중요성

지방에 있다, 퇴근시간이 늦다는 대수롭잖은 핑계로 머뭇거리다가 5월 31일 광화문 평화대행진에 의료봉사차 참석하였소.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정치적인 행동 뒤에 여러 가지 문제가 따라오는 공직자라는 신분과, 비록 병세 악화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인 돌팔이지만 그래도 환자를 안심시키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는 의료인이라는 자격이 어우러져, 의료봉사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소햏은 겨우 하루 밤샘했을 뿐인데도 아직까지 피로가 풀리지 않소만, 며칠째 계속해서 지원해 온 다른 봉사자들을 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소.)
  구호를 함께 외치고 싶어하는 봉사자(또는 봉사희망자) 분들이 있소만, 의료구호에 있어서는 '꼬투리' 잡힐 수 있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오. 이로 인해 자칫 처치나 이송이 늦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는 '한통속이다!'는 인식과 함께 현장진입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오.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라는 단체가 있소. '중립, 공평, 자원'이라는 3대 원칙과 '정치·종교·경제적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기치로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NGO 되겠소.
  MSF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의료구호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중립'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때문이오. 재난 현장 치고 '악의 무리(?)'가 없는 곳이 있겠소마는, 대놓고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게 되면 구호활동은 커녕 현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음이 당연하지 않겠소? (일부 종교단체의 '구호를 빙자한 선교활동'이 잊을만하면 국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 또한 중립을 지키지 않고 그들만의 가치를 우선시한 까닭이라 하겠소.)
  다른 형이상학적 이유들을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현장진입력의 향상이라는 측면 하나만으로도 의료구호진의 중립은 필요불가결인 것이..라고 소햏 스스로에게도 계속 자기암시를 걸고 있소만, 문득 문득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더구료.


현장 제안

각개 의료팀간의 연락과 지원이 원활해야 하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5~6명 단위로 조를 편성해 조장끼리 긴밀히 연락하고 있소만, 현장 상황이 몹시 유동적이고 지리 파악이 안 될 때가 많아서 1분전의 지원요청이 1분후에는 무효가 되는 일이 허다하였소. 무전장비가 있다면 이상적이겠고, 적어도 의료팀 모두가 공유하는 좌표 표시된 현장 지도가 있어야겠소.
  의료팀의 체력 유지도 중요하오. 일단 경력과 대치시간이 길어지고 살수나 위력진압이 개시되면 부상자가 급속도로 발생하게 되지만, 행진 도중이나 대치 초반에는 이렇다 할 환자가 별로 없으므로, 그 시간 동안 과도한 움직임을 자제하여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 하오. 장시간 인파 속에 있어야 하므로 화장실 문제도 결사적으로 미리미리 해결해 두어야 하오.
  격한 상황중 환자 발생시, 의료봉사자들이 둘러서서 공간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때 인의 장벽을 만드는 봉사자들은 구급현장인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향해서 서야 할 것이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은 환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급변하는 외부 상황을 계속 확인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오.
  환자에 대한 사진촬영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 쉽소. 우선순위를 두자면 환자의 초상권 보호보다도 안전이 중요하므로, 불필요한 실랑이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환자가 놀라니 플래시는 쓰지 말고, 모자이크 처리 해주시오!" 정도의 경고만 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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