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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록

이것이 바로 수구


… 관광길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02년 1월에 처음 금강산을 갔다. 나는 삼일포 산책로를 함께 걷던 안내원 동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막 뛰어나온 여인처럼 보이는 젊은 안내원이었다.

"왜 저런 것을 바위에 새겨두었나요?"
"위대한 수령님과 공화국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말자는 뜻입네다."
"우리 강산은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민족의 터전인데, 혹시 나중에 후손들이 마땅치 않게 여기면 어쩌지요?"
"그럴 리가 없습네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까 민족 교육을 잘 시켜야지요. 남조선은 교육에 문제가 많습네다."

-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돌베개, 2009:150-151pp.


흔히 수구꼴통이라는 말을 쓰지만, 위의 대화의 북녘 동포가 갖고 있는 인식이야말로 진정한 수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오.
"그럴 리가 없다." 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논리와 이성의 비빌 언덕을 없애버리는 태도.
이쪽 수구들과 똑같소. 극과 극은 이렇게 통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