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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뭐라/한약잡설

한약 추출법에 대한 어떤 분의 오해

방명록에 모종의 문답이 제보(?)되었는데,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기에 지적 및 부연하고자 하오. 아래 굵은 글씨가 문제의 글이고, 록색 글씨가 소햏의 글 되겠소. 원 글쓴이에게는 기분 나쁠 딴지이겠지만, 소햏 성격이 이러니 이해하시길 바랄 따름이오.

기본적인 원리는 한약재을 끓여서 어디에 녹는 물질을 추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먹는 탕제--이건 물에 끓이는 단순한 것--끓여서 물에 녹아있는 물질을 다 먹는 거지--함유한 성분이 가장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어떤 성분이 효과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지..
1) 우리가 한약을 물에 달이는 것은, 물이 가장 구하기 쉬운 용매이고, 인체에 무해하며, 추출되는 성분도 그럭저럭 많은 편이기 때문이오. 그렇다고 해서 물로 달인다고 해서 모든 성분이 녹아 나오는 것은 아니오. 쉽게 말하자면 수용성 물질만 추출되는 것이오. 또한 물에는 전분이 잘 녹아나오기 때문에, 약효와 무관한 성분이 너무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소.
2) 비유하자면, 더러워진 옷을 그냥 물로 잘 헹궈도 어느 정도는 때가 우러나오지만, 맹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세제를 좀 넣으면 때가 더 잘 빠지고, 아예 기름이나 사염화탄소로 드라이클리닝하면 찌든 때까지 쏙 빠지는 것과 같소. 여기서 더러워진 옷을 한약으로, 때를 유효성분으로 보면 되겠소.
3) 일반적으로는 메탄올이나 70% 에탄올로 추출하는 경우에 가장 많은 성분이 추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소. 단, 특히 메탄올의 경우 유해물질이므로 추출후 용매의 완전한 제거(건조)가 필요하오.

이걸 극복할려고 유기용매 추출을 한다..물에 끓인 한약재를 농축(물을 다 증발시킴)하고 동결건조(얼려서 남아있는 수분을 제거)하면 가루가 된다(논문에서 aqueous extract, 또는 물 추출물, crude extract라고 하는 것는 이 가루를 애기하는 거다), 이 가루를 에탄올, 메탄올, 부탄올 등 유기용매에 녹이면 에탄을 추출물, 메탄올 추출물 등등이 되는 건데 보통 서양에서는 유기용매 추출물을 쓴다.
4) 메탄올 추출물은 물 추출물 가루를 메탄올에 녹인 게 아니오! 애초에 약재를 메탄올에 담그는 것이지. 용매분획하고 혼동하고 있는 것 같소. 용매분획은 예컨대 어떤 물질을 물에 타고, 거기에 기름을 부은 뒤 잘 흔들어 주면, 차차 물층과 기름층이 갈라지면서 수용성 성분과 지용성 성분이 각각 분리되는 것과 같소.
5) 보통은 메탄올로 일단 추출한 다음에, 이걸 여과한 뒤 농축-건조해서 메탄올을 제거하고, 여기에 물을 부어 잘 섞소. 여기에 헥산을 부어 잘 섞어서 헥산층을 따로 빼내고, 남은 물층에 클로로포름을 부어 잘 섞어서 클로로포름층을 따로 빼내고, 남은 물층에 에틸아세테이트를 부어 잘 섞어서 에틸아세테이트층을 따로 빼내고, 남은 물층에 부탄올을 부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용매분획 되겠소.
6) 이와 같이 용매분획한 각각의 용매층을 다시 농축-건조하고, 이것을 식염수 같은 데 녹여서 세포나 동물에 투여함으로써 효능을 확인할 수 있소. 요컨대 암 걸린 쥐한테 투여했더니 부탄올층이 효과가 좋더라.. 하면, 이 약재의 항암활성성분은 부탄올에 잘 녹는 물질이로구나~ 해서 부탄올층의 성분을 죄다 분석하여 그 중에 어느 성분이 유효성분인지를 찾아내는 것이오. 이렇게 해서 새로운 활성성분을 찾으면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왜냐면 여기에서 효과가 나오면..예를 들어 에탄올 추출물에서 효과가 있으면 각각 성분이 녹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녹는 시간별로 다시 그 추출물을 받고 이 과정을 몇번 계속하면 어떤 시간에 녹는 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알게되고 이를 정밀하게 더 하면 구조까지 밝혀지는 거고 이것이 효과가 있으면 신약으로 가는거지..
7) 성분에 따라 특정 용매에 녹는 시간이야 물론 다를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성분을 분리하지는 않소. 아무래도 크로마토그래프법(LC, HPLC, GC 등)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소. 크로마토그래프법은 균일한 물질로 채워진 관(컬럼)을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를 이용해서 물질을 분리하는 방법 되겠소.
8)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들을 샹젤리제 거리로 지나가게 할 때, 여성은 온갖 명품샵에 들어갔다 나오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반면에 남성은 휙휙 금새 지나쳐 갈 것이오. 이렇게 거리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3시간이면 여성이고 15분이면 남성임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컬럼을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에 따라 물질을 분리해 낼 수 있소.


근데 처음 애기한 물 추출물은 다 끓인 추출물이기 때문에 분리가 안된다...구조를 밝히려면 반드시 유기용매 추출을 하는거지..유기용매을 몇 %로 추출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내가 보기엔...
9) 유효성분을 찾아내기 위해서 분획-분리를 한다고 말하는 게 맞소. 분리까지 했다고 해서 바로 어떤 성분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흡광도분석(UV 등), 질량분석(MS), 핵자기공명분석(NMR) 등을 통해 동정을 해야 하오. 참으로 험난한 길 되겠소.
10) 지금까지 주절거린 것은 사실 한약재의 유효성분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실제 임상가들이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오. 어떤 조건에서 추출하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을 것인가.. 요게 궁금할 것인데, 이 글은 이에 대한 답은 아니구료.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 날 때 더 자세히 쓰겠소.

한약재로부터 성분을 분획-분리하는 과정(예) (그림은 김정훈의 논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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