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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록

바람직한 기관장의 자세 …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때부터 나는 공무원들이 장관을 '교육'시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도록 했다. 국회에도 직원들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국회 답변 자료는 특별한 새 이슈가 아니면 원래 있던 자료에 추가할 내용을 적은 쪽지를 붙이게 했다. 웬만한 것은 내용을 미리 잘 숙지해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답변했다. 부처합동회의나 정책조정회의, 청와대와 총리실 보고 관련 업무도 최소화했다. 전시성 업무를 줄이고 꼭 필요하지 않은 허례허식을 없앴다. 그렇게 해서 절약한 시간을 민원 업무와 현장 방문, 정책 기획을 하는 데 쓰도록 했다. -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돌베개, 2009:269p. 무능하고 식견이 좁으며, 기관장 경력을 그저 자신의 이력사항에 추가하기 위해 온 듯한 낙하산 기관장들.. 더보기
이것이 바로 수구 … 관광길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02년 1월에 처음 금강산을 갔다. 나는 삼일포 산책로를 함께 걷던 안내원 동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막 뛰어나온 여인처럼 보이는 젊은 안내원이었다. "왜 저런 것을 바위에 새겨두었나요?" "위대한 수령님과 공화국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말자는 뜻입네다." "우리 강산은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민족의 터전인데, 혹시 나중에 후손들이 마땅치 않게 여기면 어쩌지요?" "그럴 리가 없습네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까 민족 교육을 잘 시켜야지요. 남조선은 교육에 문제가 많습네다." -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돌베개, 2009:150-151pp. 흔히 수구꼴통이라는 말을 쓰지만, 위의 대화의 북녘.. 더보기
명나라 때 이런 분이 계셨지.. … 20년 넘게 조회에 나오지 않아 대신들이 황제의 얼굴조차 몰랐던 만력제(명나라 신종)는 무려 40년 넘는 태평세월을 보냈다. … - 사식(김영수 옮김), 황제들의 중국사, 돌베개, 2005:271p. 20년 넘게 조회, 우리로 치면 국무회의에 얼굴 한 번 안 비치고도 명색이 '황제'였던 사람도 있었구료. 우리의 경애하는 모모 대통령 동지도 차라리 만력제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법도 하오. 더보기
신채호 선생님 말씀 받들어 폭력 파괴의 길로 나아가세 … 독립운동 선상에서 테러행위가 각광을 받던 시기의 분위기는 단재 신채호의 명문인 '조선혁명선언'에 잘 나타나 있다. 단재는 "양병 십만이 일척의 작탄만 못하며 억천 장 신문·잡지가 일 회 폭동만 못할지니라"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조선민중은 오직 민중적 폭력으로 신조선 건설의 장애인 강도 일본 세력을 파괴할 것뿐인 줄을 알진대, 조선민중이 한편이 되고 일본 강도가 한편이 되어, 네가 망하지 아니하면 내가 망하게 된 '외나무다리 위'에 선 줄을 알진대, 우리 2천만 민중은 일치로 폭력 파괴의 길로 나아갈지니라.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휴수하여 부절하는 폭력-암살·파괴·폭동으로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생활에 .. 더보기
당나라 황실, 개족보일세 … 양옥환(양귀비)은 춤과 노래를 잘하는 다재다능한 여인으로 17세 때 수왕(壽王)의 비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 수왕 이모(李瑁)는 이융기(당 현종)의 열여덟째 아들로 성격이 너그럽고 온순하여 궁정의 권력 투쟁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이융기가 총애하던 무혜비(武惠妃)의 소생으로, 무혜비의 위치로 보아 태자가 될 가능성까지 있었던 인물이다. 아무튼 양옥환과 수왕은 5년 동안 평범한 부부 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뜻밖의 재앙이 이 둘을 갈라 놓는다. 수왕의 생모 무혜비가 병으로 죽자 이융기는 혜비의 자리를 대신할 여인을 고르려 했지만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양옥환을 점찍었다. 이융기는 즉각 22세의 양옥환을 아들에게서 빼앗아왔다. 가장 난감한 사람은 아들 수왕이었다.. 더보기
참전용사님들, 베트남 가서 돈들 좀 버셨소? … 누구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인지 모를 박정희의 태도가 낳은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국 사단장인 소장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월급여가 354달러인 반면, 필리핀군과 타이군의 소대장인 소위는 각각 매월 442달러, 389달러를 받았다. 일반 사병들의 경우는 남베트남군의 월급여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다. … 주월한국군 1인당 유지비가 연간 5천달러인 반면, 미군 1인당 유지비는 1만3천달러였으니, 그 차액 8천달러를 한국군 파병 연인원 30만으로 곱하면 미국은 무려 24억달러의 경비절감 효과를 본 것이다. …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내면서 그들의 핏값조차 덤핑해버린 박정희가 유능한 대통령일 수 있을까? - 한홍구, 대한민국史(02), 한겨레출판, 2003:40-41pp. 피해자가 그 분노의 방.. 더보기
수사기관의 날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나니 … 밀고와 죄명 날조를 장려하여 정적들을 제거하는 이런 방법들은 현대인이 발명해낸 것이 결코 아니다. 파시스트 정권의 특무 조직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사실은 일찍이 1,300여 년 전에 나타난 무측천의 중대한 발명이었다. … 밀고가 사실로 밝혀지면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인정하여 상을 내렸고, 사실이 아니더라도 죄를 묻지 않았다. … 피의자의 죄명을 짜 맞추기 위해 내준신 등은 《나직경(羅織經)》이란 전문 서적을 편찬하여 심문자의 교재로 제공했다. 여기에는 자백을 받아내는 법, 죄를 인정하게 만드는 법, 무죄를 유죄로 조작하는 법, 작은 죄를 큰 죄로 둔갑시키는 법, 피고 한 사람에게 여러 명을 연루시키는 법, 한 집안의 사건을 여러 집안으로 전가시키는 법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 사식(김영수 .. 더보기
썩은 대가리, 이승만 (임시정부 시절, 헌법을 대통령제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집정관 총재라는 타이틀로 공문을 보내는 대통령 이승만에게 상해 임시정부의 총리 이동휘는 제발 헌법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이승만의 답변은 참으로 걸작이었다. 헌법을 지키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아직 헌법을 읽어보지 않았노라고…. 원래부터 이승만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던 괄괄한 성격의 이동휘는 바다 건너에서 그런 소리를 해대는 이승만을 보고 "대가리가 썩었다"고 펄펄 뛰었다. 이승만을 통합 임정의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당대의 인격자 안창호조차 이승만을 가리켜 '정신병자'라며 진저리를 쳤다. - 한홍구, 대한민국史(03), 한겨레출판, 2005:137p. 그나저나, 아직도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니 어쩌니 하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