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체면 문화 때문이 아닐까.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한 꺼풀 두 꺼풀 덧씌워서 은근히 뜻을 전하는 것이 더 '체면에 맞기' 때문이 아닐까.
사례1. "죽었다."
누군가가 죽었을 경우, 가장 쉽고 정확한 표현 : 죽었다.
하지만, 이 표현을 함부로 쓸 경우 예의바르지 못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게 마련.
그래서 원 쿠션으로 꺾어 : 하늘나라로 갔다, 돌아갔다, 고이 잠들었다, 숨을 거뒀다...
'죽음'이라는 상황을 한 겹의 베일로 살포시 가려주는 센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간신히 체면치레만 할 뿐.
그래서 투 쿠션으로 돌려 : 귀천했다, 별세했다, 영면했다, 절명했다, 불귀의 객이 됐다...
한자로 코팅함으로써 뜻을 좀 더 불분명하게 하여 예의를 갖추는 것이 동방늴리리국의 미풍양속.
종교적 의미까지 가미하면 궁극의 쓰리 쿠션 완성 : 소천했다, 입적했다, 졸했다...
사례2. 전투기
최강의 전투기 F-15 이글, 보급형 다목적 전투기 F-16 파이팅 팰컨, 차세대 전투공격기 F/A-18 호닛...
요런 것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멋지고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최강의 전투기 F-15 독수리, 보급형 다목적 전투기 F-16 쌈마이 송골매, 차세대 전투공격기 F/A-18 호박벌...
이렇게 하면 뜻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몹시 '구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동의한다면 당신도 동방늴리리국민.
사례3. 그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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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지 말고, 숨기지 말고, 덮어두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한, 우리말은 대략 외면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