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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록

당나라 황실, 개족보일세

… 양옥환(양귀비)은 춤과 노래를 잘하는 다재다능한 여인으로 17세 때 수왕(壽王)의 비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 수왕 이모(李瑁)는 이융기(당 현종)의 열여덟째 아들로 성격이 너그럽고 온순하여 궁정의 권력 투쟁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이융기가 총애하던 무혜비(武惠妃)의 소생으로, 무혜비의 위치로 보아 태자가 될 가능성까지 있었던 인물이다. 아무튼 양옥환과 수왕은 5년 동안 평범한 부부 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뜻밖의 재앙이 이 둘을 갈라 놓는다.
  수왕의 생모 무혜비가 병으로 죽자 이융기는 혜비의 자리를 대신할 여인을 고르려 했지만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양옥환을 점찍었다. 이융기는 즉각 22세의 양옥환을 아들에게서 빼앗아왔다. 가장 난감한 사람은 아들 수왕이었다. 자신의 친아버지가 자기 아내를 빼앗아 자신의 생모(무혜비) 자리에 앉혔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사식(김영수 옮김), 황제들의 중국사, 돌베개, 2005:196p.


당시 현종의 나이 (겨우) 56세. 무려 아들 30명, 딸 29명이 있었다고 하오.
당 황실은 부모고 형제고 자식이고간에 내키는대로 죽고 죽이는 골육상잔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였기에 자기 아내를 아비에게 빼앗기고도 반항하지 못했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