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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뭐라/한약잡설

한약 추출법에 대한 고민 2

관련 글 :
2009/12/04 - 한약 추출법에 대한 어떤 분의 오해
2010/01/19 - 한약 추출법에 대한 고민 1

 저번 글에 이어서..

 먼저, 추출 용매로 물을 쓰는 까닭은, 앞서 설명한 이유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전통적으로' 물에 달여 먹어왔기 때문이오. 내가 십전대보탕을 투여하는 것은 예로부터 알려진 십전대보탕의 효능을 기대하기 때문이므로, 가능하면 예로부터 써왔던 용매를 쓰는 게 마땅하지 않겠소? 다른 용매를 썼다가 행여나 효능이 바뀌어버리면 대략 낭패일 것이오.

 그리고, 탕제를 끓일 때 옛날식 옹기 약탕기가 좋으냐,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대웅약탕기나 가압약탕기, 아니면 이러저런 새로 개발된 이상한 약탕기를 쓰는 게 좋으냐 하는 문제가 있소. 소햏은 어떤 종류의 약탕기를 쓰든지 큰 차이 없다는 입장이오. 이와 관련하여, 2007년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수행한 "한약자원 평가기술 구축" 보고서에 참고할만한 결과가 나와 있소.

 일반 약탕기, 가압약탕기 및 실험실 방식의 환류추출기를 이용해서 감초 등 몇 가지 약재를 추출해서 지표성분 함량을 측정한 실험인데.. 결과인즉슨, (당연하게도) 성분에 따라서 어느 것은 일반 약탕기에서, 어느 것은 환류추출기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는 식으로 달라진다는 결과였소.

그림1. ⓒ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


 이 그림은 추출방법에 따른 감초의 지표물질(글리시리진, 리퀴리틴) 함량 차이를 보여 주고 있소. 용매를 물로 했을 경우, 환류추출기>일반약탕기>가압약탕기 순으로 많은 함량이 추출됨을 알 수 있소.
 환류추출기 부분은 여섯 가지 각기 다른 용매로 추출한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맨 오른쪽의 70% 에탄올에서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볼 수 있소. 세포막이 파괴되어 세포내용물이 잘 추출된 까닭이라 할 수 있는데, 세포막을 위축시키는 100% 메탄올이나 100% 에탄올은 오히려 함량이 더 낮아지고 있소. 이처럼, 약탕기 종류보다는 세포막의 파괴 여부가 중요한 것이오. 추출하기 전에 70% 에탄올로 전처리를 한다면, 물로 추출했을 때도 훨씬 높은 함량을 보일 것이라 생각되오.


그림2. ⓒ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


 이 그림은 황금(4년생)의 지표물질(바이칼린, 바이칼레인, 우고닌) 함량 차이 되겠소. 물 추출의 경우 일반약탕기>가압약탕기>환류추출기 순으로 많은 함량이 추출되오만, 큰 차이는 아니라 하겠소. 이 경우에도 역시 70% 에탄올 추출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고 있소.

 왠지 70% 에탄올로 전처리만 하면 장땡이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꼭 70% 에탄올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소. 약재의 세포막을 파괴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방법으로는 '물리적으로' 부수는 수도 있기 때문이오. 바로 미세분말ㅋ 요즘 유행하는 나노분말까지 갈 필요도 없고, 마이크로분말쯤만 돼도 세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부서지고, 안에 든 세포내용물도 잘 우러나올 것이오. 향후 70% 에탄올 전처리법과 마이크로분말법에 따른 성분 함량 비교도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구료.

 아.. 벌써 퇴근시간이..
 나머지는 또 다음에 이어서 쓰겠소;;;